존 오브 인터레스트 (Zone of Interest)
현재 상영중인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Zone of Interest)'는 조너선 글레이저(Jonathan Glazer) 감독의 작품으로, 마틴 에이미스(Martin Amis)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의 '언더 더 스킨' 이후 10년만에 내놓는 연출작이기도 합니다.
제76회 칸 영화제 그랑프리 및 칸 사운드트랙 수상작이자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국제영화상, 음향상 수상작입니다.
시놉시스
독일 장교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의 가족이 사는 그들만의 꿈의 왕국 아우슈비츠. 아내 헤트비히(산드라 휠러)가 정성스럽게 가꾼 꽃이 만발한 정원에는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집. 과연 악마는 다른 세상을 사는가?
국내외 평론가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이 영화에 호평과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리뷰
'존 오브 인터레스트(Zone of Interest)'(2013)는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음악감독 미카 레비의 음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하면서도 기존의 나치와 유대인의 구도를 독창적으로 다룹니다. 유대인이 박해받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음향, 암시, 대화, 연출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합니다. 가해자와 그 가족들이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는 모습은 끔찍한 현실과 극명하게 대조되며 강한 위화감을 자아냅니다.
음향 연출의 탁월함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은 음향 연출입니다. 평화로운 가족들의 삶 속에서도 수용소 유대인들의 아우성, 명령 소리, 발포음 등이 배경음으로 깔려 있습니다. 신 중간 중간에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비슷한 음악이 배치되어 불편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특히, 영화가 끝난 후 엔딩크레딧에서 들려오는 배경 음악은 압권입니다. 이때까지 조금씩 들려오던 아우성을 한꺼번에 응축한 듯한 사운드로 관객을 압도합니다.
영화의 시작과 전개
영화는 햇볕을 만끽하며 물놀이를 즐기는 한 가족의 평화로운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곧 독일 장교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와 그의 가족이 거주하는 사택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와 담 하나를 둔 곳임이 밝혀지면서 점차 비밀을 드러냅니다. 이곳은 수용소장인 루돌프의 우아한 일상이 펼쳐지는 공간이자, 벽 너머의 잔혹한 현실로부터 철저히 보호받는 그들만의 낙원입니다.
상징과 메타포
영화는 직접적인 피해 사실이나 정치적 음모를 언급하지 않지만, 다양한 메타포를 통해 관객들에게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보이지 않는 진실의 조각을 맞추도록 유도하며, 마치 그 시대를 살아본 듯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예를 들어, 강물에 떠내려오는 부유물, 아이들이 꺼내 보는 금니, 고급 속옷과 외투 등을 통해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암시합니다.
뛰어난 연기
'추락의 해부'에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산드라 휠러를 비롯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캐릭터들의 복잡한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이들의 연기는 영화의 몰입감을 더욱 높여줍니다.
독특한 영화적 장치
영화는 '지금부터 소리에 주목해서 영화를 보라'는 듯 시작과 함께 1분 이상 암전이 이어지며 사운드만 재생됩니다. 실제로 영화 내내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서, 저 멀리 들리는 비명 소리와 총소리 배경음으로만 묘사하는데, 이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더욱 소름 끼치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감독의 연출력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은 섬세한 디테일과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그는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의 복잡한 본성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충격을 안겨줍니다. 영화의 시각적 표현과 음향 디자인도 탁월하여, 전쟁의 잔혹함을 더욱 현실감 있게 전달합니다.
결론
'존 오브 인터레스트(Zone of Interest)'는 독창적인 연출과 탁월한 음향 디자인, 강렬한 연기와 깊이 있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영화는 홀로코스트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며, 강렬한 상징과 메타포를 통해 관객들을 사로잡습니다. 강력히 추천합니다.
